‘女3쿠션’ 이신영 “라이벌 대거 등장에 흥분돼”
2013년 후 정상권 머물다 지난해 랭킹 8위로 하락
“올해 목표는 당연히 랭킹 1위 탈환…자신 있다”
“당구 더 알고싶어 (최)성원오빠 세 번이나 찾아가”
2014세계선수권 동메달 “입상 기뻤으나 무관심에 서운”
"신흥 강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한국 여자 3쿠션계. 이 가운데 2013년부터 정상을 달려온 이신영의 지난해 랭킹은 8위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신영은 최근 진행된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올라가면 된다, 실력좋은 선수들의 등장이 오히려 흥분된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속에 ‘여자3쿠션 최강자’로 꼽히던 이신영(39‧경기)의 랭킹이 하락했다. 2013년부터 1~2위를 벗어난적 없던 그의 지난해 최종성적은 8위. 5월 ‘인제 오미자배’, 6월 ‘제16회 경기도당구연맹회장배’ 우승 후 입상권에 들지못한 탓이다.
설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 한 클럽에서 만난 이신영은 이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했다. 또한 “실력좋은 선수들의 등장이 반갑고, 힘들겠지만 그들을 꺾을 자신도 있다”는 포부도 털어놨다.
▲지난해 랭킹 8위다. 2013년 이후 줄곧 정상권에 머무른 것에 비하면 많이 내려왔는데.
=괜찮다. 따지고 보면 전국대회 2승(5월 인제 오미자배, 6월 경기도당구연맹회장배)은 좋은 성적 아닌가. 하하.
▲그간 랭킹 1위 수성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을거 같은데.
=선수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대회에 출전하면 “어떻게 됐어?” “잘 쳤어?”라는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부담이었다. 신경성 대장증후군도 그래서 생겨났다. 지금 은 그 압박감에서 해방돼 홀가분하다. 이제 내려온 정상에 다시 올라가면 된다.
"1위 수성 압박감 컸죠" 이신영이 쭉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면 느꼈던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샷 스타일에 적응중이다. 저는 선생님이 많았다. 이정희 전 성남당구연맹 회장님, 김정규 코치님(김정규당구스쿨 원장) 등. 그래서 스타일이 계속 바뀌었고, 그때마다 상승곡선이 좀 있었다. 이전과 달리 지난해 성적이 떨어졌던 이유는, 제가 못한것도 있지만 좋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롱 피아비 등 신흥강호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2015년 쯤부터 좋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다. 2011년 제가 처음 선수할 때, “여자가 무슨 당구를?” “먹고살 수 있겠어?”란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도 힘든 것은 여전하지만 여자 당구선수를 바라보는 당구계 시각과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여성 당구동호인도 늘고 있지 않은가. 이들이 실력을 키워 선수가 된다면, 2년 후쯤엔 전국대회 3쿠션 여성부가 128강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데뷔 8년차다 2011년, 31세란 적지 않은 나이에 당구선수가 된 이유는.
=10년 전(2008년) 남자친구때문에 당구를 처음 접했다. 이후 동호인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등 성적을 냈다. 그러던 2010년 ‘평범한 여성의 삶’과 ‘당구선수의 삶’을 두고 고민했다. 결론은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2011년 성남시당구연맹 선수가 됐다.
(이신영은 2010년부터 4년여간 이정희 성남시당구연맹 회장이 운영하는 당구클럽을 연습장 삼았다. 그가 성남당구연맹을 통해 선수로 첫 발을 뗀 이유이기도 하다.)
▲선수된 후, 힘든 일도 많았을텐데.
=당구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뭔가? 바로 담배다. 또 당시에 당구장 내 음주도 만연했다. 클럽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담배연기를 헤집고, 음주 손님 등을 상대하면서 짬을 내 공을 쳤다. 후원? 꿈같은 이야기였다.
(이런 가운데 이신영은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3쿠션 강자로 떠오른다. 2011년 한국당구그랑프리 1차 우승 및 전국체전 동메달, 2013년 부산광역시장배 우승 등 나가는 대회마다 시상대에 섰다. 2014년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2014 터키 세계여자3쿠션선수권)에도 출전한다. 이 대회 예선에서 이신영은 터키 챔피언 굴센 데게너, 디펜딩 챔피언 나츠미 히가시우치와 한 조에 속한다. 데게너에 승, 나츠미에 무승부를 거두며 조2위로 힘겹게 8강에 진출한 그는 히다 오리에(일본)를 접전 끝에 25:2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한다. 애버리지는 1.562. 히다 오리에는 지난해 5월 세계여자3쿠션선수권을 비롯 통산 네 번의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강호다)
▲‘2014 세계여자3쿠션선수권’ 8강전(對 히다 오리에)은 아직도 명승부로 화자되고 있다. 브레이크타임까지 7:15로 지던 경기를 뒤집었는데.
=당시 제 소속인 구리당구연맹 임장영 회장님과 함께 터키에 갔었다. 그분의 조언 중 가슴에 꽂히는 말이 있었다. “신영아, 우리에겐 메달이 필요하다”. 힘든 순간마다 이말을 되뇌었다. 히다와의 8강전도 마찬가지. 브레이크타임 때 터키 하늘을 바라보며 그 말을 생각했다. 이후 경기는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공이 내 생각대로 계속 섰다는 것만 떠오른다. 경기 직후 승리도 실감나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그럼 2014 세계선수권은 기뻤던 순간으로 기억되겠다.
=(잠시 생각하다)기쁨과 서글픔을 동시에 안겨준 대회다. 한국 여자당구선수 첫 세계선수권 메달(동메달)을 따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지만, 기대했던 만큼 주목은 받지 못했다. 서운했다.
▲그때쯤 이미래 선수가 등장해 계속 비교됐다.
=미래는 좋은 선수다. 세계선수권 2회 연속 준우승이 실력을 증명하지 않나. 단지 속상했던 건 미래가 저보다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는 것. 전도유명한 선수이기에 당연한 현상이지만, 당시엔 서운했다. 실제론 저와 미래의 구력은 비슷한데. 하하. 또 미래의 환경도 부러웠다. 저는 담배연기 뚫고, 음주 손님들 뒤치다꺼리 하면서 공을 쳤다면, 미래는 아버님 클럽에서 착실하게 커나갔다. 물론 지금은 개의치 않는다. 선수가 환경탓을 계속 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행히 2015년, 후원계약을 맺었다.
=당시 제 스승님이셨던 김정규 코치님(김정규당구스쿨 원장) 제자가 ‘크로니아이티’(보안시스템통합구축 전문기업) 이해관 대표님이셨다. 그 인연으로 1년간 후원을 받았다. 허리우드(테이블 생산업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저를 후원해주고 있는 고마운 곳이다. 지난해엔 ‘갤럭시아SM’(마케팅 업체)과 매니지먼트계약도 체결했다. 또 저희 친언니 일터인 ‘동막골어성초’(어성초 재배‧판매 업체)도 해마다 크고작은 후원을 해주고 있다.
"2014 터키 여자세계3쿠션선수권" 동메달 획득 후 시상대에 오른 이신영(맨 오른쪽). 그의 동메달은 한국여자3쿠션이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첫 메달이었다. (코줌코리아 제공)=세계선수권 이후 ‘아픈 손가락’에서 ‘자랑스러운 딸’로 거듭났다. 하하. (세계선수권)얼마 후 고향(전북 무주군)에서 소규모 당구 이벤트대회에 초청받았다. 그때 군수님이 오셔서 세계대회 메달리스트로 대접해 주시는 걸 부모님이 보셨다. (당구선수를)“미쳤다”며 말리셨던 분들인데, 이젠 태도가 180도 달라지셨다. 자랑스러워 하신다. 하하.
▲‘당구선수 이신영’은 이제 한국여자3쿠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이에 따른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올해 목표는.
=우선 랭킹 1위를 탈환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낼 것이다. (단호하게)자신있다. 실력있는 선수들의 등장이 오히려 자극제가 됐다. 흥분되는 일이다. 하하. 또 지난해 말부터 당구가 정말 즐거워졌다. 이전까지 직업으로서 당구를 대했다면, 이제 제 삶 자체가 됐다. 당구에 대한 더 깊은 연구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성원오빠(최성원 선수)를 세 번이나 찾아갔던게 큰 도움이 됐다. 많이 배웠다. 올해엔 이신영의 재미있는 당구, 즐기는 당구를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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