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빌리어드뉴스 창간 인터뷰] 딕 야스퍼스② “아무리 연구하고 또 연구해도 부족한게 기술” “당구선수 안됐다면? 호텔 리셉션 데스크…뮤지션도 꿈” “6년 전 이혼했지만 연인 하이디 있어 불행하지 않아”
기사입력:2017.07.31 07:01:03
최종수정:2017.07.31 15:09:27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세계 2위)는 3쿠션 세계에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1위),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4위), 토브욘 브롬달(스웨덴·6위)과 함께 ‘4대 천왕’으로 불린다. 매 스트로크가 자로 잰 듯 정확해서 ‘인간 줄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월드컵 22회, 세계선수권 3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야스퍼스에게 최근의 경기력과 전술, 가족 이야기까지 고루 질문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다.
<1 편에서 계속>
다정한 모습의 야스퍼스 부자(父子). 딕 야스퍼스(좌)와 그의 아들 르네 야스퍼스(우).
▲스스로에 대한 평가 “기술 70점, 스포츠맨십 90점”
컴퓨터처럼 정확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인간 줄자’ 야스퍼스에게 첫 번째 던진 질문은 자신이 당구에 대한 평가였다. 기술과 체력, 열정 등에 관해서.
설마.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그가 스스로 매긴 자신의 당구기술 점수는 ‘고작’ 70점(100점 만점)이었다. 나머지 항목인 집중력(80점) 체력(80점) 열정(80점) 스포츠맨십(90점)은 어느 정도 예상한 대로였다.
야스퍼스는 기술은 아무리 연구하고 또 연구해도 부족하다며 “보완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경기에 도전하는 등 내 입지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당구계 ‘절대 고수’의 겸손함 보다는 쓰리쿠션 세계의 어려움이 배어있었다.
세계 정상급 3쿠션 선수들과 오랜 기간 어깨를 견주며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는 “나도 놀랍다”고 했다.
당구 선수의 자질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한국 당구에서 ‘신동’, ‘천재’ 등의 수식어를 단 어린 선수들의 재능이 조명 받고 있는데 ‘재능의 중요성’에 동의하는지 묻자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그것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단언했다. 선수들의 재능이 아니라 선수의 노력을 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스퍼스는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하는 동기부여도 매우 중요하며, 절제력은 기본이거니와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평화로운 일상 속의 "인간 줄자" 딕 야스퍼스.
▲우연히 본 BWA, 그들 중 한 명이 되고 싶다 생각
세계캐롬연맹(UMB·Union Mondial de Billard) 등장 전인 1985~2003년까지 당구월드컵협회(BWA·Billiards Worldcup Association)가 3쿠션 월드컵을 관장했다. 1987년 4월, BWA가 네덜란드 발켄부르크에서 개최한 월드컵은 야스퍼스의 열정에 ‘기름’을 붓는 계기가 됐다.
야스퍼스는 “21살 때 BWA 3쿠션 월드컵을 관전했는데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벌이는 격전에 크게 감동해 ‘나도 저들 중 한 명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로 그 순간 프로 선수가 되겠다고, 언젠가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 해에 야스퍼스는 프로 세계에 입문했다.
만약 그때 그 경기를 야스퍼스가 지나쳤다면 현재 그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야스퍼스는 “아마도 사무실이나 호텔 리셉션 직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또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꿈도 있는데, 나한테 음악적 재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인터벌 정복자? 어떻게 바뀔지 몰라”
샷을 준비하는 시간이 긴 야스퍼스에게는 ‘인터벌의 황제’, ‘인터벌 정복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인터벌을 길게 끄는 이유에 대해 야스퍼스는 “내 감정, 전술, 큐와 공의 스피드, 스트로크, 집중력까지 모두 제어해야하기 때문”이라며 “나는 매 샷마다 공이 헛되이 흐르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사실 작년부터 느끼는 바가 있다”고 했다. “인터벌이 주니까 관중들도 좋아해 주고, 빨리 치니까 내 기분도 좋더라. 인터벌 정복자라는 애매한 칭호가 어떻게 바뀔지는 나도 두고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벌로 유명한 야스퍼스가 인터벌을 줄이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연습 주기에 대해서도 “작년부터 ‘걷는 주’와 ‘뛰는 주’로 나눠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걷는 주’란 훈련과 휴식을 겸하는 주를 말하며, ‘뛰는 주’란 매일 하루에 3시간 이상 연습하는 주를 말한다”고 밝혔다.
경기를 치른 직후부터 3일 휴식, 2일 연습하는 방식으로 숨을 고른다. 대회가 끝나도 앉아 쉬는 게 아니라서 ‘걷는 주’라고 표현했다. ‘뛰는 주’는 휴식을 줄이고 본격적으로 연습에 매진하는 시기이며 매일같이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야스퍼스가 "버팀목이자 원동력"이라고 소개한 그의 연인(하이디)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6년 전 이혼…“연인 하이디 있어 불행하지 않다”
그는 사생활 얘기를 무척 꺼린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질문도 대부분 ‘선수’ 야스퍼스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가 보낸 사진 중에는 아들과 찍은 사진도 있었다. 너무나도 다정한 부자(父子)의 사진이었다. 야스퍼스와 그의 아들 르네(20)가 한 테이블에서 웃고 있었다. 르네 야스퍼스는 아버지의 스포츠맨 DNA를 물려받아 핸드볼 선수로 뛰고 있다고 한다.
가족 얘기도 들려줬다. “6년 전에 한 이혼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나 아직도 르네와 안네(딸‧19)가 나를 좋은 아빠로 생각해준다는 점에서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야스퍼스는 “월드컵 우승은 내 인생의 목표이며, 우승 타이틀을 23개째 안을 날이 온다면 정말 좋겠다”며 “선수 이전에 한 남자로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진솔한 심정을 밝혔다. 당구 외에도 테니스, 축구, 달리기 등 운동을 즐긴다고 한다.
당구선수 중에 삶의 멘토나 롤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답한 뒤 “하지만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야스퍼스는 “1년 전에 만남을 시작한 내 연인 하이디는 나의 버팀목이자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에 오면 ‘한국은 당구의 천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야스퍼스도 같은 생각인지 궁금했다. 그는 망설일 것도 없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이 세계 최고의 당구 강국이라는 것을 한국에 올 때마다 느낀다”면서 “한국 당구 문화를 칭찬하려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스퍼스는 한국의 당구 문화가 좋아서 한국의 역사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 역사책 추천도 부탁했다.
다정한 모습의 야스퍼스 부자(父子). 딕 야스퍼스(좌)와 그의 아들 르네 야스퍼스(우).
다정한 모습의 야스퍼스 부자(父子). 딕 야스퍼스(좌)와 그의 아들 르네 야스퍼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