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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代 유교수의 당구 입문기] 당구장 문을 여니 그곳에 또 새로운 세계가…

  • 기사입력:2017.07.19 16:14:52
  • 최종수정:2017.07.20 09: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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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국제의학학술지에 따르면 2030년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은 84.1세다. 그렇다면 일생동안 ‘딱’ 평균적인 인생을 살아 온 입장에서 앞으로 30년 이상은 당구를 칠 수 있다는 뜻? 거기다 이왕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당구를 제대로 된 곳에서 실력자에게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추천받은 곳이 서울 강남역 사거리의 ‘조이당구클럽.’ 현직 선수이자 한국대학당구연맹 사무국장인 허해룡(40) 프로를 사사하기로 결정됐다. ‘흠, 바다의 용이라...거기다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의 동물을 이름으로 쓰다니...’

문을 열고 당구장에 들어서니 직장인들로 보이는 서너 팀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프로를 지망하는 여성 당구인이 홀로 연습하고 있었다. 과연 명실상부(名實相符)! 마음에 들었다. 이제 무림의 세계에 막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었다. 수많은 무술영화의 내러티브는 입문자가 산속의 고승을 찾아가 실력을 기른 후 마을로 내려와 세상을 악으로 부터 구하지 않던가. 잠시 당구로 천하를 평정하겠다는 생각이 스쳤으나 사부는 수염을 기르지 않았고 산속에 살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완전 초보입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중년의 사내는 겸연쩍게 물었고 사부는 단호하고 절도 있게 답했다.

“일단 자세를 잡아보시죠.”

잠깐의 자세를 취하자마자 4가지 처방을 받았다. 큐와 그립, 브릿지 잡는 법, 그리고 스탠스. 입문자에게 필요한 기초 중의 기초임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다. “큐는 손 전체로 잡으세요. 그립의 위치는 팔꿈치가 90도 각도를 이룰 수 있도록 하고요.” 어려운 것은 브릿지였다. ‘왼손 검지의 첫째 마디를 엄지손가락으로 잡아준 후 중지로 받치는 것’이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손의 모양을 잡으면 저절로 검지에 힘이 들어갔다. “평소에 걸어 다니면서 브릿지를 만들어보세요” (진짜로 당구장을 나선 후 브릿지 자세를 만들고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골프 처음 배울 때 지하철역에서 우산으로 빈 스윙하듯이)

스탠스는 순서대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첫째 치고자 하는 타점의 바로 밑 부분에 큐의 끝부분을 댄 후, 그립 위치의 수직선 밑으로 오른발을 45도 각도로 잡고 양발은 11자 형태로 선다. 이어서 브릿지를 형성한 후 엉덩이를 뒤로 빼는 느낌으로 선다. 골프도 어드레스 자세에서 허리를 굽히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빼는 것이 중요한데 공통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적인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90여분이 훌쩍 흘렀고 옆구리와 어깨에는 묵직한, 그러나 기분 좋은 고통이 느껴졌다. 첫날 수업을 마치자 사부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저한테 배운 사람 중에 가르쳐 준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 상위 50% 정도는 되네요.”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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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is…

△매일경제신문 기자 △미국 서던 일리노이대 석사(저널리즘) △미국 인디애나대 박사(스포츠커뮤니케이션&매니지먼트)

[유상건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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