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구 차세대기수]②지난해 7개 대회서 정상 당구경력 고작 3년…올해 매탄고 3학년 진학 예정 ‘롤모델’은 박인수 선수…무서운 집중력이 장점 “언젠가 학교선배 (조)명우 형과 멋진 경기하고파”
기사입력:2019.01.04 07:01:02
최종수정:2019.01.05 07:15:22
<편집자주> 2018년 한국 당구는 유난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인 한 해였다. 대한당구연맹이 내건 역대 최고 우승상금(5000만원‧KBF슈퍼컵) 주인공은 ‘26세’ 조건휘였고, 장대현(성남·국내 79위)은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6위)에 이어 ‘세계3쿠션주니어선수권’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서아(광주조선대여고·국내女포켓5위)는 ‘세계주니어9볼선수권’ 준우승에 올라 한국당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는 국내 당구 각 종목서 ‘영파워’가 주목받은 해였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김행직(전남‧1위)과 조명우 이후, ‘차세대 한국당구의 기수’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를 소개한다.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수원 매탄고 김도헌(18) 군은 "올해는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김도헌 선수)
[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올해는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싶습니다.”
수원 매탄고(교장 서예식)에 재학 중인 김도헌(18)군은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학생선수 중 한명이었다. 3쿠션 학생부 전국대회에서 두 번(8월 전국종별학생선수권, 11월 대한체육회장배) 정상에 올랐고, ‘김경률배 주니어 캐롬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놀랍게도 김도헌의 당구경력은 불과 3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올해 3학년에 진학하는 김도헌은 올해 매탄고 당구부 주장까지 맡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 김도헌 군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 이전에 비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저는 당구를 2015년에 시작해 구력이 굉장히 짧다. 선수 등록도 2017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했다. 그래서 그 동안 기본적인 연습에 주력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멘탈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썼다. 전에는 공만 잘 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합하면서 여러 변수를 만나다 보니 멘탈 부분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매탄고)한춘호 코치님으로부터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상황에 따른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면서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느꼈던 긴장감을 많이 벗어던졌다. 멘탈 강화로 인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구경력이 불과 3년 조금 넘는 김도헌은 지난해 8월 전국종별학생선수권과 11월 대한체육회장배에서 우승하는 등 가장 눈에 띄는 학생선수로 부상했다.
▲짧은 구력인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박인수당구아카데미에서 박인수(안양‧국내 25위) 선수에게 공을 배웠다. 그러면서 당구를 잘 쳐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거의 당구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아침 9시에 구장 문을 열고 들어가 밤늦게까지 공을 쳤다. 당구를 치다가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던 것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8월 종별 학생선수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기록적인 측면에서는 만족할 수 없는 대회였다. 결승전에서도 여유있게 이기고 있다가 후구에서 7점을 맞아 승부치기까지 가서 간신히 우승했다. 하지만 덕분에 시합 중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몸으로 익힐 수 있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반면 아쉬웠던 대회는.
=6월 국토정중앙배 대회다. 예선에서는 테이블 적응도 금방 됐고, 컨디션도 괜찮아서 좋은 경기를 했다. 그래서 8강전을 ‘당연히 이기겠지’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방심했다. 그러다가 보기 좋게 졌다.
사실 저는 그동안 하도 많이 져서 패배를 통해 배우는 것이 익숙하다. 하하. 그래서 이 대회 이후로 연습하는 방법을 바꿨다. 전에는 기본 공과 난구를 집중적으로 연습했지만 이제는 두께, 당점, 스트로크 등 디테일한 부분을 확실하게 설계한 뒤 공을 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김도헌은 지난해 전국대회 학생부 2연속 우승을 기록한 정병진(수원)과 함께 "고등부 최강"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도헌은 "(정)병진이는 후배지만 배울 것이 많은 선수"라고 말했다. (사진제공=경기도당구연맹 함상준 행정총괄국장)
▲1년 후배 정병진(수원)이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두 번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정병진과 ‘고등부 최강’을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인데.
=(정)병진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시합에서 자주 만났다. 지난해 전국단위 대회에서는 병진이가 2번 제가 2번 우승했다. 병진이는 1년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다. 지금은 병진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친한 동생이자 선의의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고등부에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대구 조일고에 다니는 (조)화우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 화우는 저보다 한 살 어리지만 구력은 더 길다.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은 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마침 지난해 맞대결 전적도 딱 1승1무1패다. 그래서인지 만날 때마다 더 집중하게 된다.
▲학교 선배인 조명우와는 자주 연락하나.
=(조)명우 형한테 자주 연락하면서 많은 조언을 구한다. 존경하는 선배다. 세계적인 선수가 우리 학교 선배라는 자부심이 있다. 명우 형은 학교에 자주 놀러와서 후배들한테 밥도 사주고 공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우리도 명우 형 경기를 응원하러 현장에 가기도 한다. 지금은 제 실력이 한참 모자라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언젠가는 높은 곳에서 명우 형과 멋진 경기를 해보고 싶다.
올해 매탄고 당구부 주장을 맡은 김도헌은 "1년 후배인 (고)준상이와 (박)형빈이는 당구 실력을 늘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정말 열심히 연습한다"며 후배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동두천연맹회장배 제29회 경기도 3쿠션 토너먼트 챌린저’ 대회에서 김도헌이 후배 박형빈과 경기를 치르는 모습. 김도헌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경기도당구연맹 함상준 행정총괄국장)
▲이제 3학년이 된다. 특히 올해는 매탄고 당구부 주장을 맡았다. 개인성적과 동시에 후배들을 아우르는 역할도 해야할텐데.
=부담은 전혀 없다. 후배들이 다 착하고 당구 밖에 모르기 때문에 제가 딱히 할 일이 없다. 특히 1년 후배인 (고)준상이와 (박)형빈이는 당구 실력을 늘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정말 열심히 연습한다. 그런 후배들이 있어서 든든하다.
또한 당구부가 있는 고등학교가 우리 학교밖에 없다보니 선수들끼리 사이도 돈독하다. 어떨 때는 팀스포츠를 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대회 나가면 본선에 올라간 선수를 단체로 응원하는데 그 응원을 받으면 정말 힘이 난다. 그럴 때마다 매탄고 당구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어떻게 당구를 시작하게 됐나.
=당구를 전혀 몰랐던 2014년 세계3쿠션선수권대회때 최성원(부산시체육회) 선수와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결승전 경기를 우연히 보게 됐다. 당시에는 브롬달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도 몰랐고, 세계선수권 우승이 얼마나 큰 업적인지도 몰랐다. 최성원 선수 우승도 인상 깊었지만 경기가 끝난 후 패배한 브롬달이 먼저 악수를 청하며 상대를 존중해주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당구가 정말 멋진 스포츠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당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에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처음에 어머니가 약간 반대하셨다. 심한 반대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당구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계셔서 아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선수가 아니라 그냥 정식으로 레슨을 받고 싶다고 해서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래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보니 당구가 너무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선수를 하게 됐다. 지금은 어머니가 많은 응원을 해주시고 있다.
▲하루 연습량은 얼마나 되나.
=요즘은 오후 5시30분이나 6시에 학교 훈련을 시작, 3~4시간 정도 연습한다. 그리고 훈련 하다보면 부족한 부분이 자꾸 눈에 띄어서 개인연습을 추가로 더 한다.
▲자신의 장점은?
=멘탈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구력이 짧아 아직 기술적으로는 장점을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대신 시합에 나갔을 때 상대보다 멘탈이 덜 흔들리는 게 장점이다.
▲스스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루에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면 플레이가 맘대로 되지 않거나 템포가 쳐지는 경기들이 꼭 나온다. 그럴 때 다시 저만의 리듬을 찾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다. 제 리듬을 빨리 찾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
김도헌이 지난해 11월 평택에서 열린 ‘평택시장배 제30회 경기도 3쿠션 토너먼트 챌린저’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상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당구연맹 함상준 행정총괄국장)
▲학교 홈페이지에 보니 ‘이상형 선수’로 박인수를 꼽았다.
=당구를 처음 배울 때부터 박인수 선수에게 공을 배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박인수 선수는 박빙의 승부에서도 자신의 템포로 경기를 운영한다. 거기에 집중할 때는 평소와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무섭게 집중한다. 그런 경기운영과 집중력을 배우고 싶다.
▲박인수 외에도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다면.
=고 김경률 선수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한다. 아쉽게도 제가 당구를 시작하기 전에 돌아가셔서 직접 뵌 적은 없다. 그래서 김경률 선수 영상을 많이 찾아보며 연구하고 있다. 같은 영상을 100번 넘게 본 적도 있다.
▲2019년 목표가 있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이제 3학년이라 올해 성적이 진학문제와 연결된다. 때문에 아무리 작은 시합이라도 제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cdh10837@mkbn.co.kr]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수원 매탄고 김도헌(18) 군은 "올해는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김도헌 선수)
MK빌리어드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수원 매탄고 김도헌(18) 군은 "올해는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제공=김도헌 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