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3쿠션, 아직 세계톱클래스와 격차…간절함도 없어”
[결산 韓3쿠션]②전문가진단 “감각만 믿고 기본기 부족”
외국 선수들 ‘판커진 韓3쿠션 시장’보고 더 열심
유럽 톱선수들 자기관리 철저, 식단과 체력관리 병행
베트남 선수들 목숨걸고, 죽기살기로 공치는 듯
올해 한국3쿠션은 "유럽에 밀리고, 베트남에 쫓기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 MK빌리어드뉴스가 전문가들에게 올 한해 한국3쿠션에 대한 진단과 조언을 들어봤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서울3쿠션월드컵 전경.한국은 올해 3쿠션월드컵에서 3년만에 ‘무관’에 그쳤다. 총 7번의 3쿠션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준우승 1차례가 최고성적이다. 세계3쿠션선수권에선 6명이 출전해 ‘16강진출 1명’의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올해 국제무대에서 부진했던 한국3쿠션계를 되돌아보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2회 연속으로 소개한다.
전문가 4명에게는 ◇2018년 한국 3쿠션 성적에 대한 평가(진단) ◇한국선수들에 대한 조언 등에 대해 공통질문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한국3쿠션 선수들과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간의 실력차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커진 한국3쿠션 시장을 보고 유럽과 베트남 선수들이 더 분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정규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 김규식 빌리어즈TV 해설위원, 이장희 2018 세계팀3쿠션선수권 한국대표팀 감독.△이장희(2018 세계팀3쿠션선수권 감독)=올해 한국3쿠션이 위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대가 그보다 더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맞다. 특히 터키와 베트남 선수들. 여기에 빡빡한 국내외 대회일정 탓에 우리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힘든 점도 있다. 여담이지만,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국내3쿠션 시장을 부러워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말이다. 질투와 함께 그렇게 경계를 하더라. 어쨌든, 아직 세계 톱클래스들과 (한국 톱클래스간) 실력차이가 있다는 건 우리선수들이 더 잘 느낄 것이다. 또 많이 반성했을 것이다.
△김규식(빌리어즈TV 해설위원)=우리 선수들은 간절함이 부족해 보인다. 수십년간 세계 톱클래스로 군림한 딕 야스퍼스(53)는 50대인 지금도 매일 큐를 들고 부단히 노력한다. 더불어 최상의 컨디션을 위한 식단관리 체력운동 등을 병행한다. 최근 급부상한 베트남 선수들은 그야말로 목숨걸고 공 친다. 우리 선수들도 그들처럼 당구를 진지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변환경 영향도 있을 것이다. “○프로”라고 불리는 선수들 많다. 한국3쿠션은 프로화되어가는 과정에 있을 뿐 아직 (프로는)아니다. 그런데 일부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벌써 그렇게(프로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김정규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한국 톱클래스 선수들의 경기력이 세계 최정상에 부족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은 그 부족한 부분을 근성 등 심리적인 부분으로 메우며 성적을 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적인 문제(생활에 관한 문제라고 설명), 선수를 둘러싼 주변환경 등이 안정적이지 않아 당구에만 몰입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전문가A씨(익명을 요구)=국내와 해외 톱클래스 선수들간에는 분명 실력차이가 있었지만,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면서 그 차이가 희미하게 보이는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 톱클래스 선수들이 ‘한국3쿠션 시장의 비전’ (높은상금 이벤트대회 등)을 보고 예전보다 더 실력을 다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그리고 그들(유럽 톱클래스선수들)이 지금 과거 이상의 실력을 보이는 중이다. 베트남 선수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열심히 하고. 또한 올해 한국선수들이 국내 당구계 정세로 인해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회에 나가네 못나가네 말들이 많지 않잖나. 심리적 안정감을 갖지 못한 것도 올해 성적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국 3쿠션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김정규=우리 선수들의 기술은 세계 톱클래스와 견주어도 부족함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본기는 조금 부족하다. 여기서 기본기는 스트로크, 분리각 두께 당점 등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데, (경기를 잘하려면)이러한 것들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런 기본기를 대부분 이론연구가 아닌 감각으로만 터득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감각이 좋은 날엔 잘 맞고, 그렇지 않으면 고전하는 것이다.
△김규식=당구에 대한 이론연구가 필요하다. 쿠드롱 야스퍼스 등 세계톱클래스 선수들에게 “이 공을 어떻게 칩니까?” 물어보면, 그 공에 관해 정말 자세히 설명해준다. 자신만의 이론이 정립돼 있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중엔 이런 경우가 드물다. 감각에만 의존하면, 경기력이 들쑥날쑥 해질 수 있다. 또한 자기관리도 필요하다. 앞서 말한 야스퍼스가 좋은 예다. 쿠드롱도 마찬가지다. 대회 일정차 한국에 왔을 때 술을 권유받는 일이 많은데, 절대 입에도 안 댄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역설적으로 현 세계 1‧2위인 야스퍼스와 쿠드롱의 자기관리에 실패,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 우리 선수들이 추월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장희=세계선수권 등 국가대항전에 앞선 사전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기술적인 훈련은 물론, 심리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이라도 말이다. 또한 토너먼트 형식이 아닌, ‘풀리그전 형식의 대회’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유럽은 현재 일부 국가별로 리그전이 진행 중이다.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서로 실력을 주고받으며 교류하곤 한다. 여기에 유럽선수권 등까지 참가하면 서로간의 대결 기회가 굉장히 늘어난다.
△당구전문가A씨=세계 톱플레이어들은 심리적 요인에 따라 애버리지가 요동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지더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건 다 하고 진다는 거다. 세이기너가 애버리지 6.666(라불월드컵 8강)쳤을 때, 야스퍼스도 4점대(4.166) 치지 않았나. 하지만 그들의 구력은 40년이 넘는다. 시간을 갖고 조금 기다려 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sylee@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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