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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의 뱅크샷]무책임한 당구연맹, 한심한 대의원

‘UMB와 갈등’ 등 난리 일으키고도 책임‧사과‧설명 ‘3無’
집행부 견제해야할 대의원들은 총회도 못열고 ‘오락가락’

  • 기사입력:2018.09.14 08:01:01
  • 최종수정:2018.09.14 08: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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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지난 5월 1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대한당구연맹 임시 대의원총회. 한창 세계캐롬연맹(UMB)과 분쟁중이던 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 10명은 회의 말미에 "KBF 동의없이 한국에서 국제대회 개최 불가" 등 내용이 담긴 결의서에 서명했다.


엊그제(12일) 열릴 예정이던 대한당구연맹(KBF) 대의원 임시총회는 열리지 않았다. 대의원 측에서 철회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의원들의 흐름으로 봐서는 설령 회의가 열렸다 해도 별다른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다. 정족수 맞추기도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주말에는 LGU+컵3쿠션마스터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숱한 명승부 끝에 주인공은 베트남의 쩐꾸옛찌엔이었다. 11월에는 서울에서 ‘3쿠션 월드컵’이 열린다. 지난 99년 이후 19년 만의 경사다. 추석 직후에는 우승상금 5000만원의 ‘KBF 슈퍼컵’ 대회도 열린다. 국내 선수만 참가하는 대회로는 역대 최고 상금이다. 이 정도면 당구대회 풍년이고, 한국당구계는 태평성대다. 막혔던 일들이 갑자기 술술 풀린다.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 같다.

그러나 한국당구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큰 홍역을 치렀다. KBF와 세계캐롬연맹(UMB)이 심각하게 갈등을 빚었다. 한국 내 대회 개최권과 방송중계권이 관건이었다. 그 여파는 컸다. 국내 간판급 선수인 허정한 최성원 등 4명(그들 처신에 대한 옳고 그름은 논외로 치더라도)이 징계를 받았다. 뿐인가, 선수들의 불만도 컸다. 선수협은 성명을 내고 당구연맹을 성토했다. 대의원들도 당구연맹 집행부를 질책했다. 당구계 전체가 심각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KBF-UMB 갈등은 접점 없이 정점을 향해갔다. 당구계 내부에선 “UMB 탈퇴 불사”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다 7월 15일 KBF와 UMB가 돌연 합의한다. 당장이라도 갈라설 것처럼 서로 으르렁대던 두 단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서로 손을 잡았다. 의아한건 당연했다. 왜 그랬을까. 둘 다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KBF는 ‘명분’에서 밀렸다. 남삼현 회장이 이사회까지 참석해놓고 뒤늦게 아니라고 우겼으니 말이다. 이사회 안건을 알고 당했다면 ‘무능’이다. 모르고 당했다면 ‘무지’다. 어느 경우라도 조직의 장으로서 면책이 되지 않는다.

UMB는 ‘실리’를 생각해야 했다. 한국은 세계 3쿠션 최고 무대다. 그런 한국에서 KBF와 등진다면 잃을 게 너무 많았다. 조금 보태 한국을 뺀 세계 3쿠션은 빈껍데기다. UMB 역시 그런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기대를 모았던 KBF-UMB 합의문에는 선문답만 가득했다. 그냥 “잘해보자”는 맥빠지는 내용이었다. 과연 두 단체 사이에 어떤 이면합의가 있었을까. 또 그 내용이 앞으로 한국당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구인들이 합리적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하다.

KBF-UMB 갈등의 단초는 지난해 12월 후르가다 UMB 이사회다. 만약 이사회와 그 직후 남삼현 회장과 당구연맹이 대응을 제대로 했다면. 한국당구계를 온통 들쑤셔놓은 이런 사달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 회장은 억울해한다. 이사회 안건에 없었다가 느닷없이 나중에 회의록에 등장했다는 것. 설령 그렇다 쳐도 그 이후 허술한 대응은 설명이 안 된다. 당구연맹 집행부와 남 회장의 뼈아픈 실책이다.

당구연맹은 그나마 당구인들과의 소통도 소홀했다. 따져 묻는 선수들에게 윽박지르고 따르라고만 했다. 바짝 궁지에 몰려서야 대의원 의견을 들었다. KBF-UMB 합의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 내용도 없는 종이 한 장만 내세웠다. 당구연맹은 4월 이후 본격화한 KBF-UMB 갈등에 시종일관 이런 식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당구계는 바람 잘 날 없었다. 당구연맹이 자초한 ‘갈등’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난리를 쳐놓고도 어느누구 책임지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껍데기뿐인 합의를 해놓고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이게 당구연맹이다.

대의원들의 행태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8월 10일 대전 간담회에서 이들은 ‘남삼현 회장과 집행부 전원 사퇴’권고를 결정했다. 그날 간담회 분위기는 무척 강경했다. ‘(9월) LGU+대회나 마치고 물러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강경한 목소리에 묻혔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8월 20일. 대의원 대표들이 남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날이다. 그런데 그날 회동은 이상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남 회장은 “물러날 만큼 잘못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일부 대의원이 동조했다. 분위기도 무척 화기애애했다. 불과 열흘 전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날 나온 결론은 더욱 황당했다. 다음 대의원총회 때 ‘남 회장을 뺀 집행부 해임안’을 상정키로 한 것. 스스로 머쓱했든지 안건을 하나 추가했다. ‘남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 해임 건’을 제2안으로 정했다.

이는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다. 보통 책임을 물을 때 조직의 장은 “모두 내 책임이다. 아랫사람은 선처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이날 대의원대회는 남 회장은 그대로 둔 채 집행부만 해임하자는 안건을 최우선 안건으로 삼았다. 친위쿠데타인지, 남 회장의 역할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엊그제(12일) 열리기로 했던 대의원 임시총회가 바로 그 해임안을 상정하려던 자리였다. 그동안 물밑 움직임 결과 임시총회를 열어봤자 해임안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 회의 개최를 철회한 것이다. 이게 바로 당구연맹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대의원들의 행태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계가 시끌시끌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선동열 감독과 오지환 선수는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목표대로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그 대가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뻔한 우승’이라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분통을 터뜨린다. 대표선수 선발의 공정성과 3류급 대회에서의 형편없는 경기력, 그에 따른 병역면제에 분개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구계는 작년 12월 후루가다 UMB 이사회 전(前)과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LGU+대회는 잘 치렀고, 3쿠션월드컵은 청주 대신 서울에서 열린다. 오히려 큰 국내대회도 생겼다.

하지만 한국당구계는 KBF-UMB 갈등 와중에 엄청난 내홍을 겪었다.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분란도 심했다. 선수들의 마음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종전처럼 원상회복됐다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국당구는 더 이상 집행부 몇 사람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 실력은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사회적 관심도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당구연맹 남삼현 회장과 집행부는 한국당구에 온갖 풍파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과도 없고, 자초지종 설명도 없다.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대의원들은 스스로 그 권한을 내팽개쳤다.

과연 이들에게 한국당구 운전대를 맡겨도 되는지. 당구인 전체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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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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