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3쿠션 우승]조재호 “큰 생일(7일)선물 받았죠”
“결승서 (허)정한형 기세 눌리다 ‘조재호답게 치자’며 극복”
16강전 승리 후 상대 강동궁 “재호야 생일선물이야”
“베트남선 좋은 기운받아…5월 호치민월드컵도 기대돼”
지난 8일 "2018 베트남 호치민 아시아캐롬선수권"에서 우승한 조재호. MK빌리어드뉴스가 시상식 직후 그와 전화로 인터뷰를 나눴다. 어제(7일)가 생일이라던 조재호는 "큰 생일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사진=조재호 선수 제공)지난달 열린 ‘포천 전국당구대회’ 현장에서 조재호(서울시청)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재호는 그 대회 12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국내 톱클래스 3쿠션 선수로 항상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그의 ‘이름값’에 부족한 성적임은 물론이다.
이처럼 그는 최근 9개월간 국내외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전국대회 우승은 지난해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입상은 7월 ‘정읍 단풍미인배’ 공동3위가 마지막이다. 국제대회 우승은 4년 전인 ‘2014 이스탄불 3쿠션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9월 ‘2017 투르크메니스탄 아슈바하트 인도어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 진출, 3년만의 국제대회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베트남의 응우옌 꾸억 응우옌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던 조재호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8일 오후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2018 아시아캐롬선수권’ 3쿠션 종목 결승에서 허정한(경남)을 40:28로 꺾고, 4년만에 국제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결승전에선 하이런 11점, 애버리지는 무려 4.000을 기록했다.
MK빌리어드뉴스는 시상식 직후 조재호 선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오랜만의 국제대회 우승에 벅찬 그의 감동은 수화기 넘어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어제(7일) 생일이었는데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는 조재호. 그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이번 아시아캐롬선수권 1~4위 모두 한국 선수들이 싹쓸이 했다. 조재호를 비롯한 4명의 한국선수가 시상대 앞에서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준우승 허정한, 우승 조재호, 공동3위 김행직, 최성원. (임윤수 대한당구연맹 학교체육위원장 제공)=당연히 기쁘다. 올해 초부터 체력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당구에 집중하지 못하니 성적이 안나오더라. 그래서 이번에 베트남 오기 전엔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당구에 쏟았다. 운동도 큰 도움이 됐다. 대회를 치르고나면 항상 체력이 방전됐는데, 지금은 결승전까지 끝난 후임에도 피곤함이 거의 없다. 제 운동 코치인 친구(정수영씨)에게 이 자리를 통해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어제(7일)가 생일이었다고.
=그렇다. 큰 생일선물 받은 기분이다. 어제 (강)동궁이와 16강에서 붙어 이겼는데, 동궁이가 경기 후 “재호야, 생일선물 받아라”며 웃어주더라. 고맙고 기뻤다. 저는 베트남, 특히 호치민에서 항상 좋은 기운을 받는다. 팬들도 많이 알아봐 주신다. 다음달에 ‘호치민 3쿠션월드컵’ 도 열리는데 그때도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하.
▲결승전을 돌아보겠다. 허정한 선수가 첫 이닝에 9점을 내는 등 초반 경기력이 대단했다.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는지.
=솔직히 말하면 ‘그냥 이렇게 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후반전에 앞서 ‘여기까지 왔는데 조재호답게 시원시원하게 쳐야지’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니 경기에 더 몰입이 되더라. 7‧8‧10이닝 세번의 공격에서 26점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최)성원이 형과의 4강전에서 10점차(35:25)로 앞서다 따라잡힐 때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순간, 테이블 상태가 파악되고 쳐야 할 샷이 보이더라.
▲4강전에서 심판에게 항의했는데.
=19이닝째에 타임아웃을 요청하니 심판이 “세번 사용했다”고 하더라. (이번 대회 타임아웃 허용 회숫는 3회) 지금 생각하면 심판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는데, 그때 기억으론 분명 두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성원이 형을 비롯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도 심판에게 제 의견이 맞다고 말해줬다. 결국 소청이 받아들여져 제가 공격기회를 가져갔지만, 정신적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도 나중에 정신을 잘 추슬러 다행이다.
▲8강 트렁 쾅 하오에게 승리했지만, 40:36 신승이었다. 그 경기를 비롯해 이번 대회를 통해 본 베트남 선수들의 실력을 평가한다면.
=많은 당구인들이 아시다시피 현재 베트남의 당구실력은 아시아권에선 우리나라와 쌍벽을 이룰 만큼 발전해 있다. 또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도 갖췄다. 걱정되는 건 일본이다. 예전에 비해 그 상승세가 많이 꺾인 상태다. 우리나라 베트남과 더불어 일본, 나아가 중국 등의 캐롬(1쿠션‧3쿠션)이 발전해야 아시아 당구판이 커지지 않겠나.
▲조별리그에서 오성욱‧서현민 선수, 16강에서 강동궁 선수와 만났다. 해외대회에서 한국선수간의 대결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조재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D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전체성적 16위로 16강에 합류)
=그렇다. 아마 모든 한국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이 저와 같을 것이다. 그 탓인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대 오성욱)부터 힘들게 치러 결국 무승부를 기록했다. 세 번째는 베트남 선수(마순쿵)에게 졌다. 어렵게 16강에 올라가 다행히 (강)동궁이에게 승리(40:26)했다. 스코어로만 보면 쉬운 승리처럼 보이겠지만, 역시 힘든 경기였다.
▲지난 ‘2014 이스탄불월드컵’ 이후 4년여만의 메이저 국제대회 우승이다. 대회 중 이런 기록들이 의식되진 않았는지.
=경기 중엔 경기만 생각한다. 단, 이런 각오는 했다. 세계랭킹이 부여되는 대회이니 열심히 하자고 말이다. (아시아캐롬선수권은 순위별로 세계캐롬연맹 랭킹포인트가 된다. 우승 80점, 준우승 54점, 공동3위 38점 순) 다행히 4강 올라가면서 그런 마음이 다 진정됐다.
▲국내대회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승은 작년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입상은 ‘정읍 단풍미인배’ 공동3위 이후 없다. 국내대회 우승, 입상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이런 기대가 있기에 국내대회가 더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는 선수다. 각오? 항상 똑같다. 더 열심히 노력해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이전보다 나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체력적으로 향상된 조재호를 지켜봐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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