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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에 빠진’ 84세 박정례 할머니 “포켓볼이 낙이여”

친구 손자 소개로 포켓볼을 취미로…우승 트로피만 12개
“공칠 때 정신집중되고 공이 ‘퐁퐁’ 들어갈 때 기분 좋지”
“포켓볼은 힘 안들어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이 쳤으면”

  • 기사입력:2018.02.15 09:00:05
  • 최종수정:2018.02.15 09: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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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구멍에 공이 ‘퐁퐁’ 들어갈 때 기분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어” 10년 째 포켓볼을 즐겨온 박정례 할머니(84·서울시 노원구)는 매일같이 동네 어르신센터의 당구장으로 출근도장을 찍는다.(사진제공=대한당구연맹 양순이 이사)


[MK빌리어드 뉴스 이우석 기자] “행복하죠. 당구도 즐기고 건강하게 활동하시니 자식으로서 바랄게 없죠. 허허.”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김재일(62)씨는 취미활동에 푹 빠진 어머니 얘기를 전하며 허허 웃었다. 올해 84세인 어머니 박정례씨가 10년 째 이어오고 있는 취미 생활이 바로 당구, 포켓볼이다.

박정례 할머니는 서울시 노원구에서 ‘포켓볼 할머니’로 통한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엔 어김없이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실버스포츠센터 은빛당구장을 찾는다.

그 동안 배드민턴, 등산 등을 해왔지만 무릎 관절이 아파 더 이상 그런 운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러던 차 미국유학에서 돌아온 친구 손자를 따라 당구장을 찾았다.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렇게 여가시간을 보낸다’며 포켓볼을 소개받았고, 박 할머니는 그때부터 포켓볼에 푹 빠졌다.

‘구경’삼아 나갔던 첫 대회에서 덜컥 우승한 박 할머니는 “처음 나간 대회에서 뭣도 모르고 쳤는데 우승이라고 하더라고”라며 당시 기억을 되짚었다.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할머니는 이후 크고작은 대회에서 트로피를 쌓아나갔다. 어느새 진열장에 놓인 트로피만 12개가 됐다.

본격적으로 포켓볼 매력에 빠진 박 할머니는 노원구청에서 마련한 어르신센터의 은빛당구장에서 만난 4명의 할머니와 팀을 이뤄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2009년 전국포켓볼대회에서 우승, 2012년 준우승에 올랐다. 2010년 9월 익산 전국대회서 준우승, 2013년 안동 전국대회에서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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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박정례 할머니의 지난 2009년 전국포켓볼대회 우승 당시 기념사진(아랫줄 가운데).(사진제공=대한당구연맹 양순이 이사)


이제 포켓볼은 박 할머니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포켓볼 구장을 찾는다.

박 할머니는 “큐를 잡고 어느 구멍에다 공을 넣을까 생각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면서 “노인복지관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보다 포켓볼이 제일 재밌다”고 말했다.

아래는 박정례 할머니와의 미니인터뷰.

▲당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배드민턴도 하고 등산도 했는데 무릎이 아파서 못하겠더라고. 친구 손자가 미국에서 와서 포켓볼을 소개해줬지. 이렇게도 쳐보고 저렇게도 쳐봤어. 공이 구멍에 ‘퐁퐁’ 들어가니까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대. 한창 포켓볼을 신나게 칠 때는 용산까지 가서 치고 그랬지. 방송국에서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대한체육회에서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갔어. 허허.

▲상을 많이 타셨던데요.

=처음엔 마음대로 쳤지. 늙은이가 뭘 알겠어. 허허. 그런데 양 선생(대한당구연맹 양순이 이사·前국가대표)을 만나고 자세도 고치고 해서 실력이 많이 늘었어. 처음 대회때는 그저 구경하러 가는 셈 치고, 뭣도 모르고 쳤는데 우승했다는 거야. 얼떨떨했지. 그 후로도 욕심 없이 치다보니깐 전국대회 우승도 하고 준우승도 했지.

▲처음 상 탔을 때는 기분이 어떠셨나요.

=구경하려고 나간 대회에서 그저 공만 쳤더니 우승이라는 거야. 나는 그렇게 노력파가 아닌데 운이 좋았나 봐. 허허. 나중에 사람들이 제일 잘하는 사람을 이겼다며 잘했다고 해주더라. 상 욕심은 없지. 나이 먹어서 그저 즐기니까 상이 따라오는 거 같어.

▲당구를 얼마나 자주 즐기시나요.

=몇 년 전인가, 구청에서 당구장을 만들어줬어. 특별만 약속이 없으면 맨날 가는거지. 점심 먹고 출근 도장 찍는다거야. 허허. (서울시 노원구청은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노원구의 거주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중계동 어르신스포츠센터 당구장, 상계동 온수골 행복발전소 내 실버스포츠센터 은빛당구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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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매일같이 모여 신나게 포켓볼을 즐긴다는 상계동 은빛당구장 박정례 할머니와 당구장에서 만난 친구들(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박정례 할머니).(사진제공=대한당구연맹 양순이 이사)


70~80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많이 없어. 포켓볼은 힘이 들지 않잖아. 정 힘들면 앉아 쉬다가 또 치면 되고. 공 칠 때 집중하니까 정신도 맑아지고, 끼리끼리 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니까. 하루하루가 즐거워.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당구를 많이 쳤으면 좋겠어.

▲자식들도 좋아하겠네요.

=처음에는 엄마가 우승 하니까 좋다고 파티도 해줬어. 이제는 너무 자주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니까 후배한테 양보하라며 그만 쉬래. 하하. 그래도 사는 날까지 여력이 되는 한 포켓볼을 계속 칠거야.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그게 내 인생의 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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