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포켓 유망주’ 이우진 “4년내 세계톱 오르고 싶다”
[한국당구미래]⑤19세 어린나이…올해초 대만으로 유학
“김가영언니처럼 포켓강국에 직접 뛰어들어 배우고파”
지난해 구리세계포켓볼 대회에 나서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이우진.[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지난해 11월 2일 새벽, 18세 여고생 이우진(강원연맹‧안양여상3)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세계포켓9볼주니어선수권’ 결승에 올랐다. 한국 포켓볼 사상 최초다. 7개월 전 ‘아시아 주니어 포켓당구대회’ 우승에 이은 연이은 낭보를 고국에 날린 것이다.
이우진은 비록 결승에선 아쉽게 개최국 러시아의 크리스티나 트카치에게 패배(세트스코어 6:9)했지만, 한국 ‘포켓 유망주’들이 세계무대에서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최근, 이우진은 현재 포켓볼 강국 대만 유학중이다. 그는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세계대회에 참가하며 인연을 맺은 WPA(세계포켓당구협회) 남자 세계랭킹 3위 커빈위, 7위 커빈종 형제 밑에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우진은 “제 나이에 대만에 진출해 세계적인 선수가 된 가영 언니(김가영)의 행보를 잇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만에 머문지 약 2주(인터뷰 당일 8일 기준) 됐다. 느낀 점이 있다면.
=지금은 중국세에 조금 밀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만 포켓볼 수준이 높다는 걸 새삼 깨닫는 중이다. 숙소 근처 연습장을 제외하곤 클럽들을 순회하고 있는데, 클럽 자체 대회에 참가하는 동호인들의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만큼 당구가 활성화된 나라다.
▲커빈위, 커빈종 형제에게 배우고 있다고.
=그렇다. 당구를 배우기 시작한 14살 때부터 동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우상이던 선수들이다. 세계대회 출전하면서 인연을 맺어 현재 그들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제가 아직 중국어가 서툴다는 것. 보디랭귀지나 영어를 통해 의사소통 한다.
▲19살 어린 나이에 외국생활이 쉽지 않을텐데.
=대만은 사실 아주 낯선 나라가 아니다. 2016년부터 2년간 암웨이컵 참가자 왔었고, 학생 교류전, 아시아선수권 제가 참가할 만한 국제경기가 많았다. 그런데 체류와 정착은 느끼는 바가 다르더라. 처음 일주일은 숙소 들어와서 매일 울었다. 제가 부모님께 고집부려 한 결정이지만, 외로움은 참기 힘들었다. 말도 안 통해 답답하고, 문화도 달라 적응이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이 악물고 버티려고 했다. 지금도 사실 적응하는 단계다. 클럽들이 개최하는 게임에 나가 입상해 생활비를 벌기도 한다.
▲김보건(경북‧18), 서서아(전남사대부중3‧15)와 함께 한국여자포켓 ‘10대 유망주 3인방’으로 불리고 있다. 가장 특별했던 학생부 대회를 꼽는다면.
=고1때 출전한 2015년 종별학생선수권대회다. 남녀부 구분없이 치러졌는데, 결승에서 남학생을 꺾고 우승했다. 시상대 양 옆에 남학생을 두고 여자인 제가 맨 윗자리에 섰다.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기억이다.
(이우진은 이를 기점으로 ‘한국 여자포켓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이후에도 꾸준히 전국대회 학생부 우승권을 유지하다 지난해부터 일반부(선수부)에 출전했다. 그리고 그해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포켓9볼 공동3위에 오른다.)
▲국내 성인부에서 성적이 나오던 시점이다. 그럼에도 대만에 오기로 한 이유는.
=물론 아쉽다. 전국대회 입상이 욕심도 난다. 그래서 대학진학이 걸린 학생부 경기를 포기하면서까지 일반부에 참가한 것이다. (전국당구대회 참가자는 학생부와 일반부 동시출전 불가) 하지만 올해 초, 제 남은 선수생활을 고민해봤다. 그 결과 가영 언니처럼 포켓볼 강국에 직접 뛰어들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우진이 "아시아포켓볼주니어선수권"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 2017 FORMOSA CUP 아시아주니어포켓볼대회 홈페이지>▲아쉽게 준우승한 ‘2017 세계포켓주니어선수권’ 이야기를 해보겠다. 대회 출전당시 컨디션이 좋았는지.
=이상하게 러시아로 떠나기 전 기대되더라. 자신감도 넘쳤다. 연습을 많이한 덕분인가. 하하. 8강 서아(서서아), 4강 전년도 챔피언 첸지아화(대만)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오르니 떨렸다. 결국 결승에선 ‘런아웃’(처음 게임 시작한 사람이 모든 공을 포켓에 넣어 상대에게 차례가 돌아가지 않는 것) 한번 없이 트리카에게 우승을 내줬다. 멘탈 관리의 중요성을 깨우친 좋은 경험이 됐다.
▲그런데 지난해 초까지 선수생활을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존감 하락 등 여러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대만 ‘암웨이컵’ 이후 후원사가 생겼다. 그 대회에서 한 유(대만‧WPA 세계랭킹 현 8위)에게 5:7로 아쉽게 진 경기가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리고 국제 주니어대회 성적이 따라왔다.
▲큰 선수로의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수비가 약하다. 지금 대만에서도 집중 연습 중이다. 감정 컨트롤 하는 법도 연마하려 한다. 경기가 안풀리면 조바심 내는 경우가 많다.
▲18세에 홀로 훌쩍 대만으로 떠났는데, 앞으로 목표는.
=2년안에 세계대회 8강권 진입, 4년 안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싶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못해내리라는 법도 없잖나. 국내대회를 포기한 채 대만에 온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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